뜨거운 기억 남긴 블리자드코리아, 아쉬움도 남겼다
디아블로3의 발매에 하루 앞선 지난 14일(월), 서울 왕십리 역 앞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아니 정확히는 그 전날인 일요일부터 난리가 났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디아블로3의 발매를 기념한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한 게이머들 수 천명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몰려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이하 블리자드코리아)가 이날 행사를 통해 발매일에 하루 앞서 디아블로3의 한정소장판과 일반판을 판매하겠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12년을 기다려 온 디아블로3를 하루 먼저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특전으로 무장한 한정소장판을 현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게이머들은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행사 시작 시간은 14일 오후 8시였지만 행사가 시작하기도 한참 전인 14일 오전 2시 경에 이미 1,200명이 넘는 인원이 행사장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대기할 정도였다.
또한 이날 행사 이후에 진행된 현장 판매 이벤트에서는 준비된 4,000개의 한정소장판이 모두 팔려나가며, 디아블로3에 대한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이벤트가 국내 게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화제가 됐던 이벤트로 지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사 자체는 엄청난 화제를 남기며 마무리 됐다. 금일 오전부터 판매가 시작된 디아블로3의 패키지 역시 날개 달린 듯이 팔려나가고 있다. 블리자드코리아는 이번 행사로 엄청난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다소 개운하지 않은 뒷맛도 함께 남겼다. 행사 이후에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게이머들의 쓴소리 때문이다.
일부 게이머들은 지난 14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 이틀 전인 12일부터 행사장 앞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빨리 행사장에 입장하고 게임을 빨리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인원들이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행사장 앞 광장에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이를 두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지만, 블리자드코리아 측의 통제가 일찍부터 시작됐다면 이러한 에피소드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 판매에 대한 사전 공지가 불분명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블리자드코리아 측은 애초에 1,200명의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많은 이들이 몰려들자 수용인원을 2,00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현장에 몰려든 인원은 2,000명 이상으로 결국 수용인원보다 많이 몰려든 인원들은 기다리는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고 정작 게임은 구매하지 못 하게 됐다.
현장에서 1인당 2개의 패키지를 판매한 블리자드코리아 측의 판매방침도 게이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애초에 상정한 인원은 1,200명이며, 이들이 모두 한정소장판을 2장씩 구매한다고 칠 때 블리자드코리아 측에서 준비한 한정판은 최대 2,400개가 된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행사 당일에서야 참석 인원을 2,000명으로 상정했기 때문에 준비된 한정소장판의 수량도 당초의 2,400개에서 4,000개로 늘어났다. 국내에 출시되는 한정소장판의 숫자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행사로 인해 온라인으로 판매될 예정이었던 한정소장판의 수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즉, 현장 이벤트에 참석하지 않은 이들이 그만큼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또한 인당 2개씩의 패키지를 판매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판매자 측인 블리자드코리아 입장에서야 누가 몇 개를 사가던간에 게임의 판매만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그만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한정된 수량 안에서 누군가가 패키지를 그만큼 많이 구매해가면 자신이 구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게다가 패키지를 2개씩 구매한 이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패키지 이외의 패키지를 웃돈을 얹어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디아블로3의 한정소장판 판매 평균가는 25~30만 원 수준으로 정가인 9만9천 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물론 자신이 구매한 물건을 어떻게 하는가는 구매자의 마음에 달린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부당이익을 취하기 위해 다른 다수의 게이머들이 피해를 봤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야구장 주변에서 암표가 문제가 되는 것과 같은 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더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행사 이전부터 게이머들 사이에서 제기되어 왔다는 점이다. 다수의 게이머들은 '1인당 2개씩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으면 이로 인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온다. 이들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게이머들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블리자드코리아가 이러한 이들의 반응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결국 블리자드코리아의 '1인 2패키지' 판매정책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다수의 게이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현장에서 한정소장판을 구매하려다가 구매하지 못 한 이들 중 주최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한 이들에게 블리자드코리아 측에서 이들의 연락처를 취득해 이들에게 디아블로3 한정소장판을 별도로 판매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소식이 퍼지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또 다른 논란이 퍼지고 있다.
이 소식에 게이머들은 크게 발끈하고 나서고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또 다른 대기자는 "주최측이 줄을 관리하면서 공지를 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상당수의 인원이 순서가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블리자드코리아 측의 미흡한 현장 대응을 비판했다.
디아블로3는 근래 보기 드물게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게임이다. 공중파 방송국의 메인 뉴스에 게임이 좋은 소식으로 소개되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는 게이머들의 들뜬 반응처럼 디아블로3로 인해 게임시장의 전반적인 활성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축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에 블리자드코리아의 이번 대응은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