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1, 2011

[Close-up] 일본 최고 부자 된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인터뷰 (Uniqlo Chairman)


[Close-up] 일본 최고 부자 된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11.03.31 00:08 / 수정 2011.03.31 14:12

“대학생 때 이병철 회장이 쓴 책 읽고 창업”
“직원 뽑을 땐 CEO 꿈꾸는 사람인지 먼저 본다”

일본 도쿄 매장 앞에 서 있는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그는 일본 최고의 부자이지만 “이제 성공의 싹이 조금 보이는 정도”라며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블룸버그]
“일본 대표하는 브랜드는 더 이상 소니나 도요타가 아니다. 유니클로다.”

 이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유니클로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이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잃어버린 20년’의 침체에 빠져 있을 때 유니클로는 나홀로 성장을 거듭했다.

 유니클로의 성공 뒤에는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경영철학을 가진 야나이 다다시(柳井正·62) 회장이 있다. 그는 누구나 사양산업으로 치부하던 어패럴(봉제) 사업에 뛰어들어 20여 년 만에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로 키워냈다. 유니클로의 지주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전 세계 2200여 개 매장에서 8148억 엔(약 11조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의해 2009년부터 2년 연속 일본 최고 부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야나이 회장은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직후 10억 엔(약 136억원)의 성금을 개인 차원에서 기탁해 화제가 됐다. 도쿄 롯폰기의 미드타운 타워 33층에 있는 유니클로 도쿄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대지진이 나기 며칠 전 이루어졌다.

-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란 평을 듣는다. 스스로 성공했다고 보나.

 “전혀 아니다. 성공의 싹이 겨우 조금 보이는 정도다. 성공의 경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의 경지는.

 “유니클로가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 누구나 유니클로의 옷을 입게 됐을 때 성공이란 말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은 H&M이나 자라(ZARA), 갭(GAP) 같은 경쟁 브랜드를 따라잡는 것이 목표다.”

- 아직 차이가 큰가.

 “연간 매출액으로 따져 H&M과 자라, 갭은 140억~150억 달러이고, 우리는 100억 달러 수준이다. ”

- 그것만 해도 대단한 것 같은데, 사업에서 성공의 요체를 무엇이라고 보나.

 “직원교육용으로 쓴 『1승9패』(2003)란 책에서도 얘기했지만 사업에는 성공만 있는 게 아니다. 실패가 더 많다. 새로운 사업은 특히 성공하기 어렵다.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을 통해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사업이다.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교훈을 얻으면 된다. 그것이 쌓여 성공으로 가는 것이다. 나보고 성공했다고 하지만 대단한 것이 없다. 자만하지 않고, 더 도전해야 한다.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거기서 끝난다.”

야나이 다다시(柳井正·왼쪽에서 둘째) 유니클로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상품 발표회에서 바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대학 시절 이병철 삼성 회장이 쓴 『우리가 잘사는 길』(1963)이란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를 생각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일본에서 최고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전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글로벌 경영을 해보자, 이것이 사업에 뜻을 두게 된 동기였다.”

- 직원을 뽑을 때 어떤 점을 중시하나. 

 “인간으로서 어떤지를 먼저 본다. 구체적으로 말해 진선미(眞善美)를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본다. 또 하나 장차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사람인지 아닌지 본다. 유니클로 매장의 점장은 적어도 30~40명, 많게는 400~500명의 직원을 거느린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은 직원을 통솔해야 한다. 당연히 경영자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 갭이나 H&M, 자라와 비교해 차별화 포인트는. 

 “이들 브랜드는 ‘패스트 브랜드(fast brand)’다. 패스트 브랜드는 유행에 맞춰 신속하게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춘 패션산업이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결코 패스트 브랜드가 아니다. 모든 브랜드에 어울리는 ‘복장의 부품’으로서의 옷을 제공한다는 것이 유니클로의 정신이다. 어떤 패션 제품에도 잘 어울리는 고품질의 베이직(basic)한 옷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니클로는 패션 제품이 아니라 ‘베이직 제품’이다. ‘완성된 부품’으로서의 옷, 이것이 바로 유니클로의 옷이다. 이 정도 가격대에서 우리만큼 품질에 집착하는 회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 전 직원 해외근무 방침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점장과 본부 임원 전원을 3년 내 외국으로 내보내고, 같은 수만큼의 외국인 직원을 일본으로 데려올 예정이다. 올해 13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인데, 그중 일본인은 300명만 뽑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으로 채울 계획이다.”

-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과거의 국가별 상품전략이 글로벌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을 하나로 보고, 상품 단일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유니클로가 강조하는 두 가지 모토 중 하나가 ‘글로벌 원(Global One)’이다. 우리가 만든 상품이 특정 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골고루 먹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원(全員) 경영’이다. 모든 직원이 경영자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입사한 파트타이머까지도 ‘이게 정말 고객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경영자적 문제 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유니클로 킨텍스점. 990㎡(300평) 규모의 킨텍스점은 지난해 8월 51번째로 문을 열었다. 유니클로는 현재 국내 5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 납품 업체를 대하는 데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 

 “자라나 H&M은 거래처 수가 1000개는 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100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바이어와 납품업체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상품 개발도 공동으로 한다. 경쟁업체들의 경우 싸게 빨리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 장기간 거래 관계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 납품 업체는 주로 어느 나라 기업인가.

 “주로 중국이지만 캄보디아·베트남·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업체와도 거래를 하고 있다.”

- 중국의 임금 수준도 많이 오르지 않았나.

 “유니클로의 경우 과거엔 중국에서 생산만 했지만 지금은 판매도 한다. 오히려 판매 쪽 이익이 많아지고 있다. 임금이 올라가면 그만큼 구매력도 커진다. 중국은 생산과 판매 양쪽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임금 수준을 따지려면 1인당 생산성을 봐야 하는데 중국 근로자의 생산성은 다른 곳의 두 배다. 그만큼 임금을 올려줄 여지가 있다.”

- 매장의 상품진열 방식에서도 유니클로는 경쟁사와 다르다고 하던데. 

 “우리는 걸이(hanger)식이 아니라 선반(shelf)식 진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손님이 입었던 옷을 일일이 개고 접는 과정을 통해 매장 직원들이 상품에 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외 진출 때마다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의 기업이 우리나라에 왜 좋은가’다. 돈 벌 생각만 하면 환영받지 못한다. 전 세계에서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더 이상 안 입는 유니클로 제품을 고객들이 깨끗이 세탁해 우리에게 기증하면 이를 모아 난민들에게 보낸다. 지난해에는 400만 벌을 모았다. 이를 5년 내 3600만 벌로 늘려 전 세계 난민들 전원에게 한 벌씩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옷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옷이 없어 학교에 못 가는 아이도 있고, 옷이 없어 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난민들에게 재활용 옷을 보내는 이유다. ‘의식주(衣食住)’라는 말도 있듯이 옷은 생활 인프라 중에서도 가장 앞에 온다. 반도체가 세상을 바꾼 것처럼 의식주의 ‘의(衣)’를 바꾸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후계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가족이 아니길 바란다. 유니클로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후계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두 아들이 퍼스트리테일링의 지분을 10% 정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을 경영진에 포함시켜 달라는 부탁을 주주와 임원들에게 했다. 회사 경영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지 후계수업을 위해서가 아니다. 때가 되면 사내외에서 가장 적합한 분께 후계를 부탁할 생각이다.”

도쿄=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야나이 회장=1949년 야마구치현 우베 출생.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유통업체인 자스코에 입사했으나 9개월 만에 퇴사하고 부친이 경영하던 소규모 의류업체인 오고오리(小郡)상사에 입사, 84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유니크한 의류’란 뜻으로 ‘유니클로(UNIQLO)’란 브랜드를 내걸고 84년 히로시마에 1호점을 열었다. 91년 회사명을 패스트리테일링으로 변경, 지주회사 체제로 바꿨다.


◆유니클로(UNIQLO)=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패션 감각이 반영된 고품질의 베이직 캐주얼을 시장 최저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일념으로 1984년 설립됐다. 2001년부터 영국 런던 출점을 시작으로 글로벌화에 나섰다. 한국엔 2005년 진출해 현재 54개 매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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