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7, 2011

'국민 교복'된 한 아웃도어 제품으로 인한 패션 풍속도

  • '국민 교복'된 한 아웃도어 제품으로 인한 패션 풍속도
입력: 2011.02.07 10:43/ 수정: 2011.02.07 10:43


요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는 한 유명 브랜드의 다운점퍼와 패딩이 큰 인기를 누리며 ‘국민 교복’이라 불리고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교복 위에 착용하는 것이지만 학생들이 교복처럼 즐겨입기에 만들어진 표현이다. 그 폭발적인 인기는 80년대 초반 위화감 조성 논란을 일으켰던. 유명 스포츠화의 그것에 맞먹고. 그와 엇비슷한 사회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너무 고가라서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서도 일부 철없는 학생들이 형편이 안되는 부모들에게 사달라고 조르며 가정불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유명 옷을 갈취하다 잡혀가는 학생들이 더러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고. 학교에서는 빈부 위화감을 조성하는 한편 학년별로 입는 색깔이 달라지는 등 서열화가 이뤄지는. 웃지 못할 촌극이 펼쳐지고 있다.

강남북 학생들을 일통(一統)한 패션
과거 중·고등학생들의 교복 스타일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강북에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 재킷과 바지를 모두 꽉 끼는 스타일로 입었다. 헤어스타일 역시 확실한 개성을 연출하기 위해 각종 헤어 제품을 사용하기도 했다. 강남에서는 ‘주는대로’ ‘입는대로’식으로. 강북 학생들과는 다르게 별다른 수선없이 교복을 입었으며 약간의 힙합스타일에 바람에 휘날리는 자연스런 헤어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교복 상의 위에 특정 브랜드의 바람막이 혹은 패딩을 입으며 지역마다 비슷한 패션으로 끝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강남. 강북의 교복스타일을 논했던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이제 특정 브랜드 패션으로 서울의 학생스타일이 일통되어버렸다.
◇비싼 옷 값 때문에
이 제품은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의 거품에 걸맞게 고가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이로 인해 이 브랜드를 입지 못한 학생들은 입은 친구들로부터 소외를 느끼기도 한다. 서울 구로동의 이모(17)군은 “주변 친구들이 모두 똑같은 점퍼를 입고 있어 소외감을 느끼기 싫어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구로동에 위치한 아웃렛 매장 직원 신모(26)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매장을 찾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20만원대가 넘는 바람막이. 패딩 점퍼를 10개월 할부로 계산하는 가정에서 학생들이 당연히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고 꼬집기도 했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짝퉁’도 애용된다. 심지어 강남에 사는 학생들도 비싼 옷 값 때문에 이미테이션(짝퉁) 제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서울 일원동의 윤모(18)군은 “강남도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유한 계층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을 많이 느껴 시중에 나와 있는 이미테이션 제품을 구매했다”고 털어놓는다.



◇서열 정리를 위한 도구 이 브랜드의 바람막이와 패딩은 일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함부로 색상을 선택하지도 못한다. 서울 미아동의 최모(17)양은 “학교에서 선배들이 서열을 위한 도구로 색상을 지적한다”며 입고 싶은 색상을 마음대로 입을 수 없으며 디자인이 예쁘고 모자가 달린 것은 고학년이 되어야 학교에서 입을 수 있다고 한다. 과거 교복 상·하의에 제재를 가했던 선배들의 지적이 이제는 평상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고등학생들의 패션 유행을 바라보는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유태용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일부 청소년들이 연예인들을 역할모델 삼아 모방학습(Meme)한 결과 특정 상표를 입게 되었지만 이것이 또래 집단으로 더욱 확산된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옥기자 touch@·이성중 대학생명예기자(국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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